
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유독 많이 보이죠. 웹툰이라는 가볍고 빠른 콘텐츠가 이제는 영화라는 무게감 있는 장르와 손을 잡고, 하나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이 웹툰 원작 영화들,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단순히 인기 있는 웹툰을 골라서 영화로 옮기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웹툰 영화가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A부터 Z까지, 하나씩 차근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웹툰 선택, 제작의 첫 단추
모든 웹툰 영화의 시작은 ‘어떤 웹툰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출발합니다. 이건 단순히 인기 순위 상위에 있는 작품을 고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영화로 만들 수 있을지, 영상화했을 때 서사와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죠.
예를 들어, <신과 함께>는 웹툰으로도 흥행했지만, 사후 세계라는 판타지적 요소, 가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어 영화로 확장하기에 적합했습니다. 반면에 너무 내부 독백이 많은 웹툰이나, 지나치게 서사가 단조로운 웹툰은 영화로 만들기엔 서사적 밀도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작자와의 계약도 중요한 단계입니다. 원작자가 영화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제작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웹툰 플랫폼들이 자체적으로 영상화 권리를 확보해놓는 경우가 많아졌죠. 이처럼 웹툰 선택은 흥행뿐만 아니라, 제작 가능성과 협의 조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됩니다.
웹툰이 정해지고 나면, 이젠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단계로 들어갑니다. 원작의 핵심은 유지하되, 1시간 30분~2시간 안에 풀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죠. 여기서부터는 영화만의 리듬과 장르 문법이 적용됩니다.
2. 시나리오 작업과 각색, 원작과의 거리 좁히기
웹툰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관객의 몰입을 유지해야 하기에, 웹툰의 장면을 1:1로 옮기기보다는 ‘핵심 메시지’와 ‘감정선’을 유지하면서 재구성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작업은 보통 각본가와 원작자가 함께하거나, 제작사가 따로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해 진행합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작 팬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영화만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나 <내부자들>은 원작의 주요 설정과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클라이맥스를 다르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흥미를 더했습니다. 이런 각색은 종종 팬들 사이에서 '원작파'와 '영화파'로 나뉘는 논쟁을 낳기도 하지만, 잘 만든 각색은 오히려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며 양쪽 팬층을 아우를 수 있습니다.
각색 과정에서는 시각화 가능한 장면 중심으로 재구성되며, 중간중간 영화만의 연출적 장치—예를 들면 플래시백, 평행 편집, 상징적 장면 활용 등—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요소들은 웹툰에는 없지만, 영화에서만 가능한 연출법이기에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됩니다.
또한 등장인물 수도 조절됩니다. 웹툰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도 부담이 없지만, 영화에서는 관객이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군더더기를 줄이고 주요 인물 위주로 재구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독창적인 연출 아이디어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웹툰에서는 간단한 컷으로 표현됐던 감정이 영화에서는 음악, 조명, 배우의 눈빛을 통해 더 강하게 전달될 수 있죠. 감정의 여운을 길게 끌고 가야 할 때는 카메라 워킹이나 장면 전환을 최소화하여 몰입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작의 감정선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각색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으로 볼 수 있죠.
3. 촬영, 연출, 후반 작업까지…영상화의 진짜 시작
시나리오가 확정되면, 본격적인 영화 제작이 시작됩니다. 캐스팅, 로케이션 섭외, 촬영 스케줄 조율 등 수많은 실무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죠. 특히 웹툰 원작 영화는 ‘캐릭터 구현’이 관건입니다. 독자들이 상상해온 인물을 실사화했을 때, 괴리감이 생기지 않도록 배우 선정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신중하게 준비합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경우, 김수현 배우가 맡은 ‘원류환’ 캐릭터는 원작에서 느껴지던 이중적 매력과 감정선을 그대로 살려낸 좋은 예입니다. 캐릭터를 실사로 표현할 때, 단순히 외모만 비슷하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죠. 연기력, 표현 방식, 심리 묘사까지 고려돼야 비로소 '살아있는 캐릭터'가 탄생합니다.
촬영 단계에선 원작의 명장면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승부처입니다. 독자들이 기억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충실히 재현하면, 팬층의 호응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죠. 동시에 영화의 리듬을 해치지 않도록 원작보다 압축적으로 표현하거나, 아예 새롭게 해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실내와 실외 촬영의 조화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원작에서는 상상으로 채워지던 공간감이 영화에서는 현실로 구현되기 때문에, 세트 디자인부터 카메라 앵글까지 섬세하게 조율됩니다. 예를 들어 웹툰 속 좁은 골목은 영화에서 더 넓고 역동적인 공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감정을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러 밀폐된 장소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후반 작업에서는 CG, 색보정, 배경음악 삽입 등을 통해 전체적인 톤을 완성합니다. <신과 함께>처럼 판타지 요소가 많은 작품은 특히 CG 비중이 높아,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후반에 투입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후반 작업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마지막 터치’로 기능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후반 편집 단계에선 템포 조절도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면 감정이 전달되지 않고, 너무 느리면 집중도가 떨어지죠. 그래서 감독과 편집팀은 시사회를 여러 차례 진행하며 관객의 반응을 체크하고, 마지막까지 편집 타이밍을 조율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영화는 이제 극장 또는 OTT 플랫폼을 통해 대중과 만나게 되는 거죠.
웹툰 영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수많은 고민과 조율, 그리고 창작자들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2시간 만에 감상하는 영화 속에는 수개월, 혹은 수년의 작업이 녹아있죠. 다음에 웹툰 원작 영화를 볼 땐, 그 이면의 제작 과정을 떠올리며 한 번 더 깊이 있게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