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나 영화가 이렇게 많이 보이게 된 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자연스럽게 주변에 깔려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OTT를 켜도 한두 개는 꼭 보이고, 포스터만 봐도 “이거 웹툰에서 봤던 건데?” 싶은 장면이 떠오르곤 하죠. 이 흐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를 조금씩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그림으로 읽었던 장면이 실제 배우와 음악, 세트로 채워지는 과정 자체가 새롭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웹툰이 드라마로 옮겨질 때 자주 달라지는 부분들을, 스토리·캐릭터·연출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천천히 풀어보려 합니다. 전문적으로 분석한다기보다는, 그냥 보는 사람 입장에서 느껴지는 변화에 조금 더 가깝게요.
1. 스토리 구조 - 짧게 끊어 읽던 이야기가 한 번에 이어지는 느낌
웹툰은 기본적으로 짧은 리듬을 가진 콘텐츠입니다. 한 화 끝날 때 살짝 궁금한 지점이 남게 만들고, 그걸로 독자를 붙잡죠. 그러다 보니 가벼운 개그 한두 컷이 들어가도 큰 문제가 없고, 일상적인 에피소드가 중간에 섞여도 흐름이 깨진다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씩 즐기는 콘텐츠’라는 성격이 너무 뚜렷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분량의 성격이 다릅니다. 한 회차 안에서 감정선을 딱 잡아야 하고, 전체적인 흐름도 지켜야 해서, 웹툰의 자유로운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웹툰에서 오래 끌던 장면이 드라마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원작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드라마에서는 꽤 길게 다뤄지기도 합니다. 멜로나 스릴러는 특히 이런 차이가 두드러져서, 원작보다 훨씬 압축된 서사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성 제약 때문에 결말이 다르게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회차가 줄어들어서 이야기 전개가 빨라지기도 하고, 시청률 등 여러 이유로 새로운 장면이 추가되기도 하죠. 그래서 원작 팬들이 느끼는 낯섦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클라쓰>처럼 감정선을 더 정리해 대중적인 호흡을 맞춘 사례도 있고, <유미의 세포들>처럼 웹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연출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은 예도 있습니다.
장르별로 각색의 강도는 달라집니다. 로맨스는 비교적 원작을 많이 따라가지만, 스릴러나 정치물 기반 작품들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구조를 많이 손보는 편입니다. 결국 드라마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 최대한 몰입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다시 조립해 놓은 결과물이 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차이가 생기는 셈입니다.
2. 캐릭터 - 머릿속 이미지가 하나의 얼굴에 고정될 때
웹툰 캐릭터는 독자마다 다르게 그려집니다. 말풍선 속 말투, 표정 하나, 그림체의 분위기까지 각자 받아들이는 느낌이 조금씩 달라서, 어떻게 보면 ‘여백이 많은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상할 틈이 많다는 의미죠.
그런데 드라마로 넘어가면 그 여백이 거의 사라집니다. 배우가 실제로 말하고 움직이고 감정을 표현하면서, 캐릭터의 이미지가 하나로 굳어지는 결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캐스팅 반응이 유독 크게 갈립니다. 어떤 배우는 “원작과 정말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또 어떤 경우는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죠.
<경이로운 소문>에서 조병규가 비교적 호평을 받은 것처럼, 원작 팬과 드라마 시청자의 기대가 맞아떨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반면 특정 작품들은 캐릭터 해석이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논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 드라마는 캐릭터의 역할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성격을 바꾸거나, 비중을 키우거나, 아예 다른 인물로 재구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갈등이나 감정선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이게 잘 맞으면 서사가 풍부해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 팬들에게는 어색함으로 남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조연들의 이야기 비중이 크게 확장된 경우도 있는데, 이를 두고 “깊어졌다”와 “원작과 너무 다르다”가 엇갈리곤 합니다. 최근에는 캐릭터의 나이나 설정을 바꾸는 시도도 많아졌고, 성별을 바꾸는 케이스도 적지 않습니다.
원작이 가진 핵심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드라마의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고, 가장 민감한 지점입니다.
3. 연출 - 컷 사이의 상상력이 사라지고, 카메라가 모든 흐름을 잡는 구조
웹툰은 ‘정지된 그림’이 기본입니다. 컷 사이를 독자가 상상으로 메꿀 수 있고, 스크롤 속도를 조절하면서 자신만의 감정 리듬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게 웹툰만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죠.
드라마는 완전히 다릅니다. 화면의 움직임, 음악의 질감, 배우의 호흡 하나까지 모두 연출자가 설계한 흐름 속에서 따라가야 합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웹툰에서는 몇 장면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드라마에서는 꽤 길어진 감정 신이 되기도 합니다.
판타지 장르에서는 특히 제약이 많습니다. 웹툰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제작비나 기술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 현실적인 타협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스위트홈>처럼 거의 정면으로 구현하려고 힘을 들인 작품도 있고,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현실적인 공포 분위기를 강조해 원작과 다른 맛을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편집 속도, 음악 타이밍, 장면 전환 같은 요소가 감정을 크게 좌우합니다. 슬로모션으로 감정을 늘리기도 하고, 빠른 컷으로 긴장감을 키우기도 하죠. 이런 시청각 기반 연출은 웹툰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이고, 동시에 드라마의 가장 큰 변화 포인트입니다.
또 촬영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서 웹툰에서 자유롭게 그려지던 배경을 그대로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소가 달라지고, 장면 분위기가 바뀌고, 전체적인 톤도 변화합니다. 어쩌면 가장 단순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드라마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작과의 차이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커집니다. 어떤 장면을 왜 바꿨는지, 캐릭터는 왜 이렇게 재해석했는지, 어떤 연출이 추가됐는지 살펴보면 작품이 조금 더 깊게 보이기도 합니다. 원작 팬이라면 낯선 변화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차이가 또 다른 매력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앞으로도 좋아하던 웹툰이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은 계속 들릴 텐데, 그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될까?”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면, 새로운 작품을 즐기는 재미가 조금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